이천시 백사면에서 여주시 흥천면에 이르는 원적산(圓寂山) 자락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금반형지(金盤形地)’라 불리는 명당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산세가 금반(금그릇) 모양처럼 둥글고 안정되어 왕기(王氣)가 서린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인데, 특히 고려 말기 공민왕(恭愍王)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전설이 이 지역의 명당 이미지를 더해줍니다. 아래에 유래와 주요 스토리를 조사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기본 유래: 공민왕의 피난과 역사적 배경
원적산은 해발 634m의 산으로,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현방리와 여주시 흥천면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입니다. 고려 제31대 공민왕(재위 1351~1374)이 1361년 홍건적(紅巾賊)의 난을 피해 이곳으로 몽진(피난)한 것이 명당 유래의 핵심입니다. 홍건적은 원나라 말기 중국에서 일어난 반란군으로, 고려로 침입해 수도 개경을 함락시켰고, 공민왕은 왕비 노국공주와 함께 남쪽으로 도피했습니다. 원적산 정상 천덕봉(일명 공민봉)에서 약 4개월간 머물며 조정 중신들과 함께 국가 재건을 논의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피난 기간 동안 공민왕은 원적산에 산성을 쌓아 방어를 강화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이는 산의 군사적·풍수적 가치를 높여 명당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원적산 자락은 ’왕이 피난해 나라를 지킨 진산(鎭山)’으로 여겨지며, 왕실과 관련된 영험한 기운이 깃든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2. 관련 스토리: 여기수(女妓水) 전설
공민왕 피난과 직결된 대표적인 전설입니다. 공민왕을 따라온 궁녀들이 원적산 아래 계곡(현 백사면 송말리 일대)에서 목욕하거나 물을 길으러 갔는데, 왕조의 멸망을 두려워한 나머지 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이 계곡을 ‘여기수(女妓水)’ 또는 ’여계수(女溪水)’라 부르며, 물이 깊고 맑아 옛날에는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이 전설은 공민왕의 피난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비극적·영험한 이야기를 더해 명당의 신비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여기수 주변에는 영원사(靈源寺)라는 사찰이 있어,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곳으로 불교적 의미도 더해집니다.
3. 금반형지와 두무고개 전설
원적산 자락이 명당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풍수설에 기반한 ‘금반형지’입니다. 산세가 금반처럼 둥글고 안정되어 부귀와 장수를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이천 지역에 두 곳의 금반형지가 전해지는데 하나가 바로 원적산 아래입니다. 관련 스토리로 ‘두무(杜舞)고개 전설’이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우리나라를 유람하다 여주시와 경계를 이룬 고개(두무고개)에서 원적산 기슭의 금반형지를 발견하고 기뻐서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고개 이름이 ‘두무고개’가 되었고, 원적산 자락의 명당 기운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4. 기타 관련 유적과 이야기
• 휴궁다리(시궁다리): 백사면 현방리에 있는 다리로, 공민왕이 원적산으로 피난 갈 때 건넜다고 합니다. 이 다리는 공민왕의 피난 경로를 상징하는 유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 원적산 산성: 공민왕이 축성했다는 산성으로, 고려 시대 방어 유적으로 추정됩니다.
• 이 지역은 삼국 시대부터 고구려·신라의 경계였고, 고려 태조 왕건의 ‘이섭대천(利涉大川)’ 설화(강을 건너 이로웠다는)와도 연결되지만, 명당 이미지는 주로 공민왕 시대로부터 비롯됩니다.
이러한 유래와 스토리는 문헌(예: 『동국여지승람』)과 지역 전승에 기반하며, 이천의 역사적 층위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원적산은 등산로로도 인기 있어, 천덕봉(공민봉) 정상에서 주변 산세를 보며 명당 기운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
한가지 고민으로 이런 지역의 유래 이야기는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오랜 세월 전승이라 그 지역 사람들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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