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전후, 구글에서 인문학 전공자 5천 명을 채용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래서 국내 신문에서 대서특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테크 기업에서 인문학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그런데 그 의문은 한참 지나서 풀렸습니다. 그것은 AI 연구를 위한 긴 호흡의 빌드업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 무렵 그 소식을 접하시고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구글 VP 마리사 메이어가 “올해 6,000명 채용 중 4,000~5,000명은 인문, 교양, liberal arts 전공자”라고 밝힌 말이 국내외로 퍼지면서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UI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같은 부문에서 필요하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 채용은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구글이 이미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던 첫걸음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 구글은 검색의 본질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키워드 매칭에서 의미(semantics)를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던 시기였지요.
2013년 Hummingbird 업데이트가 그 대표적인 흔적입니다. 그런데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 문화적 맥락, 인간의 사고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인문학·사회과학 전공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언어학·철학·인지과학을 전공한 이들은 자연어 처리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하였고, 문헌정보학이나 심리학 배경을 가진 이들은 Knowledge Graph 구축과 사용자 행동 분석에 힘을 보탰습니다.
오늘날 ChatGPT 같은 모델의 훈련에 핵심적인 RLHF(인간 피드백 강화학습)의 원형이라 할 만한 작업 즉, 데이터 어노테이션, 편향 검토, 대화 패턴 평가도 그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은 그냥 넘어가고요.)
당시 구글 내부에서는 이미 코딩 실력만으로는 인간처럼 의미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AI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 전공자들이 엔지니어들과 함께 앉아 “이 문장은 왜 모호하게 느껴지는가”, “이 표현은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AI의 ‘인간다움’을 조금씩 다듬어 갔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ChatGPT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많은 이가 AI가 갑자기 이렇게 똑똑해졌다고 놀랐지만, 사실 그 긴 여정의 한가운데에 2011년의 그 5천 명이 있었습니다. 검색의 진화 → 의미 이해 → 지식 그래프 → 대화형 AI → 생성형 모델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고 이제와서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 뉴스는 단순한 화제성 헤드라인이 아니었습니다. 구글이 인간의 언어와 마음을 가장 깊이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진짜 지능에 가까운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었지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 우리나라도 AI산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건너 뛴 느낌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AI를 잘 하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먼저 짚고 기술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도 단순히 ML, DL, Generative AI, LLM 등 스킬 세트 나열이 아니라 수학이나 물리 그리고 심오한 인간의 의식을 먼저 이해하고 알고리즘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사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쓸모도 넓어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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