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아틀라스 로봇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는 뉴스를 보고 떠오른 옛 이야기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것이 가져올 편익보다 먼저 질서의 붕괴를 떠올린다. 그래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흔들어 놓을 삶의 방식에 저항한다. 자동차의 등장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19세기 후반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마차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에게 자동차는 혁신이 아니라 위협이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영국의 ‘적기조례’다. 자동차는 혼자 달릴 수 없었고, 반드시 앞에서 사람이 빨간 깃발을 들고 걸어가야 했다. 속도는 사람의 보행 속도보다 약간 빠른 수준으로 제한되었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우스꽝스럽지만, 당시에는 “말이 놀라 사고가 난다”는 그럴듯한 안전 논리가 동원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논리의 방향이다. 자동차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말이 놀라니 자동차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기존 질서의 기준을 절대값으로 놓고, 새로운 기술을 그에 맞추려 했던 것이다. 마차, 마부, 사료 산업, 도로 질서까지 이어진 생태계 전체가 스스로를 방어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늘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것, 부유층의 장난감, 사회적 위험 요소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현실이 규제를 압도했다. 물류 효율, 군사와 의료에서의 활용, 비용 하락과 대중화 앞에서 깃발을 든 사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말이 사라지자, 말이 놀란다는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이 장면은 과거의 해프닝이 아니다. 오늘날 AI, 자율주행,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 속에는 여전히 적기조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기술은 늘 위험하다고 비난받지만, 정작 지켜내려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익숙한 질서인 경우가 많다. 역사는 반복된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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