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앞으로 5년

더큰돌 2025. 8. 20. 10:13

젊은 자식은 한때 아버지를 비판하며 “나는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청년 회사원은 상사를 꼰대라 부르며 시대착오적이라 조롱한다. 그러나 세월은 느린 마술사처럼 인간을 제 빚어놓은 틀로 되돌려놓는다. 비판하던 아버지를 닮아가고, 꼰대라던 상사의 언행을 자신도 되풀이한다. 결국은 후배에게서 똑같은 비판을 받는다. 이것이 인간의 숙명이자, 세대가 교차하는 풍경이다.

정의와 규율을 숭상하는 아폴로형 인간이 있는가 하면, 게으르면서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오니소스형 인간도 있다. 사회는 이 두 유형이 균형을 이루며 유지된다. 그러나 환경이 흔들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낡은 규칙에만 집착하며 변화를 막는 아폴로형, 혹은 책임 없는 향락만 좇는 디오니소스형이 넘쳐나 사회는 경직되거나 방탕해진다.

대한민국은 지금 바로 그런 변곡점에 서 있다. 고도성장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이제는 간신히 1% 성장이라도 갈망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과 빠른 고령화는 사회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세대는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늘어난다. 과거의 성취 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본래 각자의 성품을 지닌 채, 경험과 학습을 거쳐 성장하는 존재다. 그러나 국가는 그 성장의 무대, 즉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교육, 노동, 주거, 복지—이 모든 것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개인의 성품과 노력에만 책임을 돌려왔다. 결국 그 균열은 개인을 넘어 경제 전체, 국가의 미래로 번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대한민국만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의 길을 걸었던 유럽과 일본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변화가 유독 대한민국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어 대응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에게는 여전히 제조업의 토대가 남아 있다. 이것을 발판으로 미래를 위해 자산을 비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앞으로 5년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다.
첫째, 남아 있는 제조업 기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AI·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미래 산업으로 이어붙이는 길이다.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지식과 플랫폼을 설계하는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디자인드 인 코리아”라는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물질적 생존의 토대는 여전히 단단하다.

둘째, 사회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는 길이다. 지금까지 개인에게만 짐을 지웠던 교육·노동·복지의 구조를 재설계하여, 개인의 성장을 국가 시스템이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은 창의를 북돋우고, 노동시장은 유연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키며, 복지는 고령화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 선택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전환의 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단순히 인구 숫자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삶의 질과 생태적 균형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녹색 전환을 선도하고, 인구가 줄어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회 모델을 구축한다면,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오래, 더 깊게”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가능해진다.

넷째, 격랑의 지정학 속에서 현명한 연대를 택하는 길이다. 미·중 경쟁과 동북아의 불안정 속에서 단순히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기술·문화·가치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작은 나라가 강한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다. 인구와 국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존의 방법은 결국 외부와의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앞으로 5년, 이 네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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